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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포터 애벗의 '서사학 강의' 독후감

서사와 삶의 경계 그리고 액자서사와 곁텍스트의 의미

by 명현 에디터 2024. 12. 24.

서사는 서사의 보편성으로 서사 수행 능력은 가질 수 있지만 삶 자체는 아니다.

 

서사가 삶이 아닌 이유는 서사는 스토리를 전달한다. 그러나 스토리는 전달되기 전에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과거의 이야기도 있고 무엇보다도 실체를 지닌 존재로서 현재에도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삶이 스토리인가."라고 묻는다면 삶은 스토리의 모체라는 저자의 표현이 적절하다.

 

삶은 서사가 아니기에 논리적으로도 삶은 스토리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표현은 자주 쓰인다. 이는 "당신의 구성적 사건에 대해서 들려주세요."라는 표현과 같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구성적 사건으로 재구성을 실제로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생각으로 정리하거나, 글로 옮기거나 하는 등의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기 삶은 스토리의 모체이다.

 

문예적인 서사 장르의 모체는 사람이고 결국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작성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사회 안에서의 내 삶은 서사라고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실체를 가진 우리의 삶을 서사라는 구조물 안에 가두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스토리의 생성을 순간마다 자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 또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스토리의 모체로서 삶은 여전히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어떤 인물의 삶에서도 그 삶을 관통하는 구성적 사건은 존재한다.

 

내가 나의 삶을 서사로 보고 매 순간 스토리의 생성을 자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는 나의 모습은 이야기로 충분히 읽힐 수 있다.

 

나의 삶이 나 자신에게는 서사가 아니지만 나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는 내가 스토리를 전달하는 서사의 역할 또한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나는 삽입서사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서사 지각이자 의문이 대화하지 않아도 첫인상만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내 관점은 영화「스트레인저 댄 픽션」(2006)에서도 표현되어 있다. 여성 목소리의 서술자가 해럴드 크릭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한다.

 

해럴드에게도 자신을 소설의 인물처럼 서술하는 서술자의 목소리가 자신에게만 들리게 되고 그것이 일으키는 갈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한 국세청 직원인 해럴드가 회계감사를 위해 제과점에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세리라고 조롱을 당하는 것도 해럴드는 신비로운 서술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는 (삽입)서사로 읽힐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모든 사람이 나를 모른다고 가정하면 서사인 삶을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는 없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나를 알거나 알지 않든 여전히 나는 실체를 가진 존재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 내가 종교인이라면 그분에게서 숨을 수 있는 시공간은 없으며 그분은 내가 모르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그분에게 나의 삶은 서사로도 읽힐 수 있는 것이다.

 

서사의 경계: 액자서사와 곁텍스트의 의미

 

액자서사

 

액자서사는 서사 속에 삽입서사가 있는 서사를 의미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 비즈니스맨이 출근길에 시비가 걸렸는데 상대방은 조폭이었다. 조직폭력단의 괴롭힘의 표적이 된 비즈니스맨의 일상은 망가져 간다.

 

결국 비즈니스맨은 실직까지 한다. 낙심한 비즈니스맨이 짐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빛이 나는 책을 골목길의 수풀에서 발견한다.

 

비즈니스맨은 그 책 속의 검과 마법의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이 액자서사의 삽입서사를 다르게 변경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맨이 주운 책은 누군가가 과거의 나를 소설로 기록한 책이었다. 비즈니스맨은 유도관을 다니며 유도선수를 꿈꾸며 훈련하던 어린 시절의 나날을 떠올린다.

 

비즈니스맨이 책을 줍자, 골목길 주택의 문이 열리더니 한 할머니가 나타난다. 할머니는 비즈니스맨이 그 책의 주인이라며 할머니의 집으로 초대한다. 할머니의 집 안 복도 끝으로 걸어가니 그곳에는 정글과 그 중심에는 오두막이 있었다.

 

이러한 액자서사와 삽입서사는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비즈니맨이 액자서사에서 나왔을 때 조직폭력단과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염두하고 작성했기 때문이다.

 

액자서사와 삽입서사의 유기적인 연관성이 적은 서사도 있다.

 

액자서사는 이야기를 모처럼 모아주는 역할만을 하고 삽입서사는 액자서사와는 관계성이 적은 별개의 이야기로 구성하는 것이다.

 

액자서사의 삽입서사 안에 또 다른 삽입서사를 넣는 방식도 있다. 저자는 이를 마치 그릇을 올리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액자서사에 다양한 삽입서사를 넣는 방식도 있다. 미국 드라마「로스트」(2004)에서 정체불명의 섬에 비행기 추락으로 승객들이 추락한다.

 

섬에서 벌어지는 액자서사가 있고 승객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삽입서사로 나타난다. 이 드라마처럼 에피소드 형태로 제작되어 서사성이 매우 높은 삽입서사도 있고, 에피소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인간 군상을 경험할 수 있는 삽입서사도 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고 했을 때 그것은 다양한 삽입서사가 액자서사에 있음을 의미한다.

 

곁텍스트

 

곁텍스트는 서사에게 영향을 미치는 실제 세계의 모든 자료다.

 

책에서는 책의 표지와 서문과 목차와 후기 등이 곁텍스트이다. 연극에서는 포스터와 현수막 등이 해당한다.

 

책의 표지 디자인이 서사에게 영향을 미친다. 표지는 아름답게 제작되었는데 책의 내용이 부족함이 많이 있다면 오히려 속았다는 기분이 들면서 책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책의 표지는 다소 촌스럽고 양장도 아닌데 서사의 내용이 뛰어나서 독자들에게 입소문이 타는 경우이다.

 

책의 마지막 한 문장으로 인한 서사에 대한 감상이 바뀌기도 한다.

 

W. N. P. 바벨리온의 전기인 『어느 절망한 남자의 일기』가 출간하고 불과 몇 달 만에 5쇄나 찍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서는 바벨리온이 죽었다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바벨리온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 작은 정보로 인해서 인기를 끌었던 이 전기에 대한 독자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이 퍼졌고 인기 또한 급격하게 사그라졌다.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는 연극이라는 광고를 보고 극장을 찾았다가 실제로 관람하니 그 재미는 암울한 유머였고 심오한 주제의 연극이었다. 가족 단위로 극장을 찾은 이들은 실망하여 연극이 다 끝나기 전에 나왔다.

 

서사담화는 달라지지 않았으나 곁텍스트에 따라서 서사의 감상이 분명하게 달라진 것이다. 이는 사건의 재현인 서사가 실제로 발생하는 장소는 서사담화 그 자체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재현되어 구성되고 있는 우리의 마음속이라는 것을 환기한다. 이러한 서사의 발생 장소에 대한 해석은 스토리는 서사담화에 의해서 중개되기 전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의와 결을 같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