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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포터 애벗의 '서사학 강의' 독후감

내포저자와 서사의 틈과 해석

by 명현 에디터 2025. 1. 13.

서사를 해석하려고 할 때 우리는 내포저자를 찾는다.

 

내포저자란 서사에 존재하는 실체이다. 그 내포저자는 서사에서 고유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고, 서술자가 대리하는 서사 속의 한 사람이다.

 

내포저자를 파악하는 것은 의도를 찾아가며 텍스트를 읽는 방식에 해당한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라는 말은 내포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를 생각하며 읽는 것과 의미가 같고 후자가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실제저자는 우리와 같이 다면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고 시시때때로 감정이 변모하는 불안정한 인간이다. 서술자는 신뢰할 수 있거나 신뢰할 수 없는 서사 장치이다.

 

서사의 의도를 해석하는 작업에서 실제저자와 서술자를 파악하는 것보다는 무언가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 그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앞에서 말한 내포저자이다. 내포저자는 실제저자와 다르게 서사담화에 고정된 실체이다. 그리고 서술자는 내포저자의 대리인으로 분리하면 서술자를 서사 장치로서 내포저자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으므로 서술자의 목소리와 초점화와 거리를 분석하며 읽는 행위가 가능해진다.

 

내포저자를 추론된 저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포저자를 서사담화를 읽어나가면서 찾는 과정과 추론한 결과는 동일한 텍스트에 대해서 우리들 모두의 독해가 다른 것처럼 서로 다를 수 있다.

 

내포저자의 의도를 찾아가며 읽을 때(서사에 대한 해석) 연관되는 서사학의 중요한 개념이 기점이다.

 

내포저자와 서사의 틈과 해석

 

서사의 틈과 기점

 

서사의 틈은 서사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그 틈이 있어서 독자 또는 청중이 서사담화에서 스토리로 읽어내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틈이 없는 서사란 언어적인 한계로 인해 존재할 수 없다. 또 우리의 사고 체계에서도 틈이 없는, 모든 것을 담아내는 서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서사에 반드시 있는 이 틈을 우리는 생각을 덜읽거더읽는 방식으로 채운다.

 

서사 텍스트에는 분명히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것을 지나치는 방식으로 읽는 경우가 빈번히 있다. 800쪽에 달하는 긴 소설의 모든 단어를 하나, 하나 전부 의미를 파악하고 게다가 기억까지 하며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 소설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기억에 남기고 다른 것은 배제한다.

 

그러므로 서사를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덜읽기는 피할 수 없다.

 

더읽기도 덜읽기와 마찬가지이다.

 

서사의 틈을 매우려는 시도 또한 틈의 덜읽기와 마찬가지로 더읽기는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인물의 외관이나 그가 자리 잡고 있는 세계에 대한 상상이나 왜 그러한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채우려는 시도나 동기와 분위기 등. 이러한 더읽기는 마스터플롯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어떤 장르의 이야기이다. 라고 했을 때 기대되는 이야기가 있고 그 원형적 이야기와 비교하면서 텍스트를 읽어나간다. 거기에서 기대가 충족되지 않고 이야기가 변주되면 놀라움이 발생한다.

 

기점은 서사의 무수히 많은 중에서 작품 전체의 해석에 큰 영향을 주는 틈을 의미한다.

 

덜읽기더읽기는 서사를 읽어나가면서 필수 불가결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덜읽기와 더읽기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축소하면서 읽어나가는 것은 독서의 방식을 교정함으로써 가능하다. 이것은 의도를 찾는 해석에 해당한다.

 

내포저자와 그의 의도를 찾아가면서 텍스트를 읽는 것은 내가 중심이 되어서 서사의 틈으로 더하기와 덜하기를 반복해서 발생시키며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텍스트를 전적으로 의지하며 읽어나가는 것이다.

 

전체 텍스트를 주의 깊게 읽는 것은 덜읽기를 피하기 위함이다. 주어진 텍스트의 요소들로 서사의 틈을 채워서 해석하면 그것은 더읽기를 최소한으로 줄인 것이다.

 

내포저자와 틈과 덜읽기와 더읽기라는 개념을 알았음에도 여전히 내포저자의 의도를 찾는 해석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여기에서 도움이 되는 개념이 테마모티프이다.

 

반복: 테마와 모티프

 

서사에서 반복을 지칭하는 용어가 테마와 모티프이다.

 

테마는 추상적이다. 아름다움과 자연과 폭력과 탈출과 사랑 등이 테마의 예시이다. 모티프는 테마보다 구체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장미와 정원과 감옥과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과 같은 구절이다. 모티프 안에 테마가 함축되어 있고, 모티프는 테마의 최소 단위이다.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단편소설「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에서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구절은 할머니의 직접화법과 1인칭인 '나'의 직접인용으로 반복해서 서사담화에 등장한다. 그 모티프는 기억과 진실과 타자(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와 우리의 경계와 같은 테마를 효과적으로 환기한다.

 

서사에서 테마와 모티프를 구별하면 서사 해석의 초점을 결정하는 데 막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구절은 모티프가 분명한데 이 구절의 쓰임을 해당 작품에서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할머니만의 직접화법이 아니었다는 것과 '나'의 기억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반복해서 읽은 작품이고 분량이 길지 않은 단편소설임에도 덜읽기를 했던 것이다. 또는 이 장을 읽으면서 함께 보아서 그동안 놓친 부분을 재발견한 것일 수 있다. 이러한 재발견이 소설 읽기의 즐거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