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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포터 애벗의 '서사학 강의' 독후감

서사학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칸막이 객실」 읽기: 인생이 아픈 여행이자 회상이라면

by 명현 에디터 2025. 1. 19.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집『대성당』은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문학동네에서 2007년에 출판됐다. 나는 이 단편소설집 2016년도 2판으로 가지고 있다.

 

H.포터 애벗의『서사학 강의』의 8장 "서사 해석의 세 가지 방법"까지 이 블로그에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다. 천천히 읽는 과정에서 배움의 즐거움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학습한 이론을 바탕으로 작품을 직접 읽고 해석을 해보려고 한다.

 

서사학으로 레이먼드 카버의「칸막이 객실」읽기

 

서사학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칸막이 객실」 읽기: 인생이 아픈 여행이자 회상이라면

 

레이먼드 카버의「칸막이 객실」의 내포저자가 이 단편소설을 쓴 의도는 무엇일까?

 

인생의 아픔이라는 감수성과 3인칭의 목소리와 자유간접화법

 

먼저 서술자는 3인칭으로 마이어스라는 인물을 서술한다. 마이어스는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스트라스부르로 가고 있다. 그 아들과 마이어스는 무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만나지 못했고 연락 또한 없었다. 이혼과 그 사건에 얽힌 아픔으로 서로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 내용을 서술자는 3인칭의 목소리로 서술하면서 마이어스의 아픔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리고 자유간접화법으로 마이어스의 목소리와 서술자의 목소리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자유간접화법이 주는 효과로 독자는 마이어스이면서 동시에 3인칭 서술자의 목소리로 마이어스를 이해할 수 있다.

 

마이어스의 이혼이라는 아픔이 독자에게 전해지기는 하지만 그 아픔이 누구에게나 그리고 내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인생의 사건으로 읽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들과 전처와 스트라스부르 역은 모티프이고 이혼과 이별과 재회라는 것을 분명 테마로는 다루고는 있고 그것으로 인해 형성되는 인생의 아픔이라는 감수성을 형성한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내포저자가 이 글을 쓴 의도는 아닐 것이다.

 

나는「칸막이 객실」의 내포저자의 의도를 인생을 만남과 이별이 있는 아픈 여행이자 회상이라고 해석했다.

 

언어의 분리와 혼재 그리고 마스터플롯

 

회상을 통해 인생의 아픔이라는 감수성이 형성되어 가면서 동시에 여행하는 마이어스는 타인들과 접촉한다. 일등석의 칸막이 객실을 공유하는 검은 양복과 모자를 눌러쓴 중년의 남자가 최초의 타인이다. 중년의 남자는 마음의 아픔이 전해지고 따라서 잠에 들 수 없는 마이어스와는 달리 객실 안에서 잠도 수월하게 들었다. 마이어스의 맞은편이자 문가에 앉아서는 다리를 쭉 뻗고 자는 바람에 통행에 불편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이어스에게는 중년의 남자가 칸막이 객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혼자 객실 안에 있고 싶었던 그에게는 달갑지 않은 사건이었다. 또한 중년의 남자는 프랑스어를 사용하기에 유럽으로 여행을 온 마이어스와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소통의 어려움은 모국어를 타인과 공유해도 발생한다. 마이어스는 일등석 칸막이 객실 바깥으로 나와 객차의 끝에 있는 화장실에 다녀온다. 그 길에서도 아들과 최근에 주고받은 편지를 회상하고, 기대했지만 쓸쓸했던 여행을 떠올린다. 여기에서도 아픔의 회상이 있다. 마이어스는 8년 전에 부부싸움과 더불어 아들과의 몸싸움도 있었고 이혼과 함께 아들과도 이별했지만 8년이 지난 후 아들이 보낸 편지에서는 아들이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마이어스 또한 아들이 자신과 부인과 그들의 삶에 아픔을 주었다고 여겼지만 그럼에도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답신했다.

 

마이어스의 소통의 어려움은 이 이야기의 마스터플롯으로 성서의 바벨탑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언어의 분리와 혼재라는 바벨탑 이야기의 테마가 이 이야기에서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거나 공통의 언어를 사용해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부분적인 텍스트의 해석이 가능한 것이지 전체 텍스트를 해석한 것은 아니므로 이혼과 이별과 재회에 대한 아픔의 테마와 마찬가지로 내포저자의 의도에 완전히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기차는 여전히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마이어스는 일등석인 것으로 미루어보아 역방향으로 화장실에 가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타인이 등장하는데 그 사람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중년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마이어스에게는 불청객이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열려고 시도한 것이다. 이것으로 회상이 끊기면서 다시 마이어스의 여행 이야기가 전개된다.

 

구성적 사건: 손목시계 도난과 조차장에서의 객차 조성

 

보충적 사건으로 서사가 채워지는 가운데 구성적 사건이 발생한다. 마이어스는 아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로마에서 구매한 손목시계를 화장실에 다녀온 뒤로 도난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혼과 이별의 아픔이라는 감수성과 8년 만의 아들과의 재회라는 예고된 사건은 이 구성적 사건으로 인해 그 강렬함이 옅어진다. 게다가 마이어스는 구성적 사건이 발생하고 곧이어 아들과 만나기로 한 스트라스부르 역에 도착했지만 내리지 않는다. 창 바깥에서 아들의 모습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수상했던 (범죄자라고 단언할 수는 없고 그에게는 마이어스가 불가해한 이방인이다) 중년의 남자는 그 역에서 내린다. 마이어스는 칸막이 객실 안에서 승차장의 다양한 사람들을 본다. 마이어스의 시선은 아이가 있는 부부로 보이는 이들과 젊은 연인에게 가 있다. 젊은 남자는 여인과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중년의 남자가 떠난 자리에 앉는다.

 

8년 전의 마이어스 가족의 모습이 그들에게 어른거린다. 마이어스에게도 연인이 보이는 모습처럼 전처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기차에 오르내리고 있고 거기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다.

 

따라서 기차와 스트라스부르 역과 탑승객과 그들의 가족과 지인과 여행은 모티프이고 테마는 만남과 이별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너무나도 뛰어난 것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구성적 사건이 하나 더 발생한다.

 

기차가 조차장 안으로 들어간다. 마이어스는 칸막이 객실 바깥으로 나온다. 일등 객차에서 탑승객들로 북적이는 이등 객차로 가는데 거기에서 이 기차의 행선지가 정확히 어디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나 발음의 어려움과 부끄러움으로 멈춘다. 그리고 어쩌면 아들이 역에서 자신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또한 생각을 이어가지 않고 멈춘다. 다시 일등 객차의 자신의 객실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곳에는 젊은 남자는 없고 살갗이 검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칸막이 객실을 채우고 있었다.

 

조차장에서 마이어스가 이등 객차에 있는 사이에 일등 객차가 떼어지고 다른 이등 객차로 연결된 것이다. 마이어스가 바뀐 이등 객차에서 앉은자리에서는 차창 바깥의 풍경은 뒤로 멀어져 간다. 진행 방향에서 등을 돌리고 앉았기 때문이다. 마주 오는 풍경이 아니라 뒤로 멀어져 가는 풍경을 바라보다 마이어스는 잠에 빠져드는 것으로 서사담화는 끝난다.

 

"마이어스는 자기 몸이 어딘가로 실려가고 있다는 걸 느끼는가 싶다가, 그렇게 뒤로 뒤로, 잠 속으로 들어갔다." (87쪽) 이처럼 미묘한 방식으로 내포저자는 마지막 문장으로 소설의 구조와 함께 의도를 드러냈다.

 

의도를 헤아리며 읽기와 해석

 

종합하면 내포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인생을 만남과 이별이 있는 아픈 여행이면서도 그 여정에는 항상 앞으로만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가고 있지만 동시에 뒤를 보고 있는 회상도 있음을 전하고 있다. 경제적 지위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의 복잡성도 전달한다. 일등석의 마이어스는 몸은 이등석의 장소보다는 편하지만 그의 마음은 평온하지 않다. 한편 언급하고 넘어갈 것은 객차가 분리되고 연결되는 조차장이라는 장소가 인상적으로 사용됐다. 조차장에서는 보이는 객실 안에서의 사건과 객차의 조성이라는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겹친다. 그것은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사건들과 교차하는 여정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