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포터 애벗의 '서사학 강의' 독후감14

서사 속 등장인물에 대한 사색 등장인물은 현실의 우리와 같이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리고 그 시간이라는 것을 다루는 서사와 그 서사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적어도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우리 인간만이 가능하다. 등장인물은 행위보다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어떤 사건이 있고 그 사건에서 벌어지는 행위들의 연속은 다소 난해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분석이 가능하다. A에서 B로 이동하고 B에서 C로 이동하는 등의 행위와 행위의 원인과 결과는 주의를 기울여서 작품을 읽다보면 충분히 독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내면을 파악하는 것은 등장인물이 텍스트라는 기호 상에서 나타낸 의도를 헤아려야 하는데 그 정보가 한정적이고, 더읽기와 덜읽기의 발생 가능성도 있으므로 행위의 파악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 2025. 3. 5.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 「미스트」로 보는 매체 간 각색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 「미스트」는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됐다. 8장은 매체 간 각색을 다루고 있어서 한 번쯤은 보고 싶었던 작품인 「미스트」를 책과 영화로 보았다.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스티븐 킹의 단편집 『스켈레톤 크루』의 상권에 「미스트」가 실렸다. 「미스트」는 1980년에 최초로 공포 소설 앤솔로지 『다크 포시즈』에서 공개한 작품으로 1985년에 스티븐 킹의 앞에서 언급한 단편집에 실렸다. 동명의 영화는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토마스 제인과 마샤 게이하든 주연으로 2008년에 개봉했다.  원작 소설과 영화 우선 이 중편소설의 영화 각색은 변형하기(영화 이론가 더들리 앤드루의 분류)에 해당한다.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면서도 영화라는 매체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여 전면적인 변형을 시도했다. .. 2025. 2. 3.
서사학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칸막이 객실」 읽기: 인생이 아픈 여행이자 회상이라면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집『대성당』은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문학동네에서 2007년에 출판됐다. 나는 이 단편소설집 2016년도 2판으로 가지고 있다. H.포터 애벗의『서사학 강의』의 8장 "서사 해석의 세 가지 방법"까지 이 블로그에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다. 천천히 읽는 과정에서 배움의 즐거움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학습한 이론을 바탕으로 작품을 직접 읽고 해석을 해보려고 한다. 서사학으로 레이먼드 카버의「칸막이 객실」읽기  레이먼드 카버의「칸막이 객실」의 내포저자가 이 단편소설을 쓴 의도는 무엇일까? 인생의 아픔이라는 감수성과 3인칭의 목소리와 자유간접화법 먼저 서술자는 3인칭으로 마이어스라는 인물을 서술한다. 마이어스는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스트라스부르로 가고 있다. 그 아들과 마이어.. 2025. 1. 19.
세 가지 읽기 방식(의도적·징후적·적용하며 읽기)과 해석 서사 읽기에는 세 가지 읽기 방식이 있다.  의도를 헤아리며 읽기 하나는 내포저자의 의도를 헤아리며 읽기이다. 서사 텍스트를 하나의 통합체로 보는 방식으로 이는 내포저자가 서사담화의 배후에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 내포저자는 창조적 감수성을 지닌 단일한 실체이다. 또한 이 읽기는 해석은 (통합체로 가정하는) 텍스트의 전체 해석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의도를 헤아리며 읽는 방식이 곁텍스트에서 해석의 실마리가 되는 힌트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곁텍스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없다고 해서 징후적 읽기와는 다르게 해석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이미 통합체인 서사 텍스트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징후적 읽기 징후적 읽기가 있다. 징후적 읽기와.. 2025. 1. 17.
서사란 "혼란에 맞서는 일시적인 유예"라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말 벌써 서른이 넘어가고 있다. 개인정보는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아님에도 진실한 글을 적으려면 내 안의 체험을 통과한 것을 용기내어서 적어야 한다. 어디까지 보여주어야 하는가는 전적으로 내 결정이기도 하니까 그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진실하게 적는다 그래야 글이 진실하다고 했다. H.포터 애벗의 이 책을 읽어가다 서사란 "혼란에 맞서는 일시적인 유예"라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말이 가슴에 참 와닿았다. 서른이 넘어가며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나라는 사람도 그러하고 내가 경험한 사람들은 전부 자기모순적인 면이 있다. 완전히 통합된 실체로서의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완전한 통합성은 신만이 유일할 것이다. 에덴의 동쪽에서 살아가는 전적으로 타락하고 분열된 존재로서의 인간, 시시때때로 감정이 변화하는 불완전한 인간, .. 2025. 1. 14.
내포저자와 서사의 틈과 해석 서사를 해석하려고 할 때 우리는 내포저자를 찾는다. 내포저자란 서사에 존재하는 실체이다. 그 내포저자는 서사에서 고유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고, 서술자가 대리하는 서사 속의 한 사람이다. 내포저자를 파악하는 것은 의도를 찾아가며 텍스트를 읽는 방식에 해당한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라는 말은 내포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를 생각하며 읽는 것과 의미가 같고 후자가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실제저자는 우리와 같이 다면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고 시시때때로 감정이 변모하는 불안정한 인간이다. 서술자는 신뢰할 수 있거나 신뢰할 수 없는 서사 장치이다. 서사의 의도를 해석하는 작업에서 실제저자와 서술자를 파악하는 것보다는 무언가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 그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앞에서 말한 .. 2025. 1. 13.